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있는 구름을 본 적이 있나요?
구름에 마음을 빼앗겨 실험실에서 구름을 만드는 장치를 고안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1869년 2월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근처의 글렌코스 지역에서 태어난 찰스 톰슨 리스 윌슨(Charles Thomson Rees Wilson,14 February 1869 ~ 15 November 1959)은 4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 영국 맨체스터로 이사한 뒤 큰외삼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맨체스터 오웬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여 딱정벌레를 연구하며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이후, 케임브리지 시드니 서색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입학하게 되고,오웬 대학의 물리학 교수였던 벨퓨어 스튜어트(Balfour Stewart) 영향으로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물리학과 화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1894년 영국의 벤 네비스 산(Mt. Ben Nevis) 기상대에서 몇 주를 보내며 구름의 형성을 연구하였고, 구름을 통과하여 빛나는 태양 주위에 형성되는 원형을 코로나를 관측합니다.
벤 네비스 정상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된 그는 캠브리지의 연구실로 돌아와 그가 본 다양한 구름의 형성과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 안개상자(wilson cloud chamber)를 만들어 연구합니다. 윌슨의 안개상자는 원통 모양의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상부는 유리로 밀폐되어 있고 하부는 움직일 수 있는 피스톤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통 안에 수증기나 알코올 기체를 채우고, 피스톤으로 단열 팽창 시켜 원통 안을 과포화 상태로 만들어 구름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구름은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가 상승기류에 의해 높은 고도로 운반되고 대기압의 감소로 인해 냉각되어 물방울이나 빙적으로 응축되면서 생성됩니다. 그러나 냉각되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포화상태가 되더라도 바로 물방울을 형성해 구름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대기가 상승하여 냉각이 이루어지면 물의 증기압이 낮아지고 수증기가 응축되어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 작은 물방울은 표면장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작은 물방울일수록 표면장력이 강해지고 내부압력은 강해져 물방울의 표면은 증기압 증가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기온이 낮아져 증기압이 감소한다 하더라도 수증기가 바로 물방울로 응축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면적을 가진 고체 표면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즉, 응결핵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연적으로는 해수면에서 대기 중으로 공급되는 미세한 소금입자나 지표면에서 만들어지는 흙먼지, 식물의 꽃가루 등이 중요한 응결핵입니다.
1895년 윌슨은 압력을 낮푼 수증기, 알코올, 아르곤 혼합기체를 상자 내부에 넣은 후 급격히 팽창시켜 과포화 상태로 만들었을 때, 응결핵을 주입하지 않아도 물방울이 생성되는 것을 관찰합니다. 물방울을 응결시키는 응결핵이 물에 의해 생겨난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896년 초 뢴트켄(Wilhelm Conrad Rontgen)이 발견한 X선을 안개상자에 비추었을 때, 엄청난 양의 응결이 생기는 것을 관찰합니다. 과포화된 공기에 X선이 통과하게 되면 X선으로 인해 대기중의 이온을 만들고, 생성된 이온이 응결핵으로 작용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X선과 우라늄선 선 모두 짙은 안개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특히, X선 입자가 형성하는 물방울은 밀도가 높아 하얀 선들이 나타났습니다. 윌슨은 안개상자를 이용한 그동안의 실험을 정리해 1898년 말 한편의 긴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대기현상을 재현하려고 개발한 안개상자가 X선과 우라늄선 같은 새로운 광선에 의해 생기는 이온들의 성질을 연구하는데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윌슨은 더이상 안개상자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관심 분야였던 대기 전기를 연구하던 윌슨은 당시 유행하던 물방울이 튀기는 모습을 촬영한 고속 사진에 흥미를 느끼고 구름 현상도 같은 방법으로 촬영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는 다시 안개상자를 이용해 고속 사진을 찍었고, 이 과정에서 이온화된 입자들의 궤적을 볼 수있는 새로운 안개상자를 만들었습니다. 1911년 알파, 베타, 감마선 등의 입자들이 지나가는 궤적이 찍힌 사진을 촬영하는데 성공합니다. 알파와 베타 입자의 경로를 기록하고 관찰한 최초의 인물이 된것이죠.
이후 1913년 캠브리지 과학기기제조사가 상업용 안개상자를 출시해 더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1923년 윌슨은 안개상자를 이용해 X선이나 감마선의 빛으로 전자를 산란시켰을 때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발견한 아서 콤프턴의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합니다.[콤프턴 효과 이야기는 여기에서]
이 같은 업적은 인정받아 아서 콤프턴(Arthur Compton,1892.9.10~1962.3.15)과 공동으로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노벨상을 받으며 "고향의 고지대에서 보낸 몇 주가 내 연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 주었다"라고 소감을 남긴 윌슨은 은퇴후 자신의 고향 근처인 애든버러로 돌아갑니다. 80세에는 출생지인 작은 마을 칼롬으로 돌아가 날씨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갑니다. 90세 때 뇌우의 전기적 구조에 관한 논문을 마지막으로 1959년 11월 15일 가족들의 품에서 조용히 눈은 감습니다.
1927년 국제 물리학 솔베이 학회 다섯 번째 회의 참석자[레오폴드 공원, 브뤼셀]
피카르, 앙리오트, 에렌페스트, 헤르젠, 드 동데르, 슈레딩거, 버샤펠트, 파울리, 하이젠베르그, 파울러, 브릴루앵
디바이, 크누센, 브레그, 크라머르스, 디랙, 콤프턴, 드 브로이, 보른, 보어
랭무어, 플랑크, 퀴리, 로런츠, 아인슈탄인, 랑주뱅, 샤를 게이, 윌슨, 리터든슨
다섯 번째 솔베이 회의 참석자 29명 중 17명은 노벨상을 받았다.
안개상자는 질소 원소 붕괴 과정(패트릭 블랙킷)을 촬영하거나 우주선에서 양전자의 존재를 확인(칼 앤더슨)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개상자를 이용해 학교에서도 간단하게 방사선 붕괴로 방출되는 알파입자, 베타입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답니다.
🧪 실험 방법 [영상]
1. 검은 종이를 잘라 통의 바닥에 평면으로 깔아준다.
2. 스펀지를 동의 바닥에 닫지 않게 안쪽으로 둘러 붙인다.
3. 에탄올을 스펀지에 흠뻑 스며들도록 하고 뚜껑을 닫는다.
4. 드라이아이스를 잘개 쪼개어 깔고 준비된 통을 드라이 아이스 위에 올려 놓는다.
5. 조명을 끄고 손전등을 켜서 투명 통 안을 비춰 관찰한다.
안개상자 내 형성되는 구름의 모양으로 알파입자와 베타입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하고 강하게 직선으로 나타나면 알파입자, 연하고 휘어지면 베타입자 입니다.
학교에 안개상자가 없다면 키트를 구입해도 되지만,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https://www.kans.re.kr/)에 연락하면 안개상자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아이스는 구입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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